더 많이 못도와 드려서 죄송합니다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사무실을 나서는 길이었다. 한 할머니가 거리에 서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어릴적에는 거지들에게 종종 돈을 건네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자주 마주치는 거지들에 나도 마음이 무뎌져 갔다. 구걸하는 장님들은 가짜라더라, 목이 좋은 곳에 있는 거지들은 한달에 몇백만원씩을 번다더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며 냉소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손을 내미는 할머니를 얼핏 보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지나쳤다. 근데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흔히보는 거지의 모습이 아니라 애잔한 표정의 평범한 차림의 보통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지갑에서 오천원짜리 지폐 한장을 꺼내 건넸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더 많이 못도와 드려서 죄송합니다."
고맙다고 손을 잡는 할머니의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왜 돈을 드리면서도 죄스런 마음이 들었을까? 왜 더 많은 돈을 선뜻 꺼내지 못했을까? 약속장소로 가는 내내 두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어딘가를 향한 분노의 마음도 잠깐 스쳤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한 평범한 할머니가 어색한 구걸에 나선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그분도 얼마나 당황스러우실까 하는 생각에 얼굴을 못쳐다봤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죄스런 마음이 아주 가시진 않았다.
심란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사업 때문에 처음 만난 사람에게 엉뚱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고 돌아와 버렸다.

여튼, 잘 지내고 계시지요? :)
2. 대산 님은 '오래 된 욕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수십 년은 묵은 욕망일 겁니다. '남을 돕고 싶다'는 욕망을 언제부터 품고 살아오셨습니까? 가난한 사람을 보고 그 욕망이 분출되었던 거죠.
3. 저는 네오경제를 만들기 위해서 궁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환을 없애고 화폐를 없애는 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교환은 아주 강한 장점이 있어서 결코 없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면 화폐도 안 없어질 테고, 그러면 부의 축적이라는 가치관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어려운 길을 마다 않고 걸으시는군요. 선생님께서 거대 권력, 언론에 맞설 수 밖에 없는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 용기보다도 못본 척 할 수 없는 마음 때문이겠죠.
대산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