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초난(毋憚初難) 63. 동아일보 김재호 대표이사께

담담당당, 2009/12/29

동아일보 김재호 대표이사께

안녕하십니까?
‘담담당당’ 입니다. 신동아 4월호 진상조사보고서에서 ‘권모’로 언급된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번(除煩) 하옵고,

어린 시절 의기(義氣)있던 백지광고의 동아일보를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 오늘의 동아를 보는 눈은 정말이지 유쾌하지 않고 불편합니다. 많은 이들이 나와 엇비슷한 생각을 할 것입니다. 아니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단순히 ‘조중동’이라는 수구언론의 악성 이미지의 타이틀로 봐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작금에 동아일보사가 최소한 지켜야 하는 ‘언론’의 자그마한 기본마저 지키지 않는 실질적 모습들이 너무도 많이 불거지기에 그럴 것입니다. 그에 여러 의견은 계시겠지요만, 나와 해당되는 일에서부터 그러하니 나의 생각 또한 당연히 그러합니다.

우선 이번 <박대성 미네르바 조작사건> 이야기를 먼저 간략히 해보지요.

김 대표이사께서는 1995년 동아일보에 입사해서 편집국 기자, 경리담당 이사, 사장실장 상무, 신문담당 전무, 경영담당 전무,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08년 3월 6일자에 대표이사이자 동아일보 발행 편집인이 되신 것으로 압니다. 거의 15년 정도라면 어느 한 조직의 생리는 모두 꿰어 차셨을 터이고 또한 지위로 감안하면 충분히 그 내밀한 구석의 생리는 잘 알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과연 이 조작의 진행을 어느 시점부터 김 대표이사께서 알고 계셨는가 하는 점입니다. 1월 신동아 기사에 대한 본사 차원 검열, 2월 사과문 게재, ‘오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진상조사 보고서 발표, 그리고 내부 인사단행 등으로 이어진 경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처음부터 김 대표이사의 직접 개입이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려웠던 과정들로 봅니다. 김 대표이사의 경력으로 봐서도 그렇고 회사라는 조직의 메커니즘을 생각해봐도 말이지요.

특히 내가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정말이지 2009년 1~2월 당시 ‘박대성’은 조작된 개체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던 신동아를 쳐내는 광경이 너무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동아일보사가 ‘언론’을 버리고 ‘사업’을 선택하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권력과의 합종연횡’을 무작정 생각했던 것인지를 재삼 고려하게 만들더군요. 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결과물에 관해서도 모두 결재를 하셨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니 이 보고와 결재 과정을 거쳤다면 이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당연히 김재호 대표이사께서 짊어지셔야 할 부분이 되는 것임은 너무도 잘 아실 겁니다.

문제는 지난 <무탄초난(毋憚初難)> 연재 수 편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했던 것처럼 동아일보사가 ‘언론’의 기본을 다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대목으로부터 이야기는 출발됩니다. 언론은 정보와 사실, 그리고 분석 등을 통해서 자신들의 입지를 말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걸 ‘정론’(正論)이라 하지요. 뭐가 바르다고 보는 것인지에 따라 각도가 달라질는지 모르나 ‘바르다’는 개념이 아무리 여러 가지 있다 해도 그것이 사실(팩트)을 뛰어 넘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것도 아주 명확하고 조밀하게 얽히고 만천하에 밝혀진 것은 더 그렇지요.

지금 시점에서 신동아의 2008년 12월 기고문 보도와 2009년 2월 인터뷰는 ‘사실’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이라고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더하여 ‘박대성’이란 가짜 개체에 관해서도 더욱 명확한 사실들이 나의 연재나 다른 기술적 입체적 확인 등을 통해 확정적으로 우리 앞에 이미 주어진 상태이지요. 그런데 왜 망설이는가? 그래서 처음부터 이 조작에 있어서 동아일보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한 부분이 여기에서 재차 거론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것이 회사 차원이건 혹은 회사 내의 인맥구도에 의한 것이건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드러난 사실이 여기까지 확대되어 이른 것이니까요.

김 대표이사께서는 진상조사보고서 발표와 사과문 게재 이후 인사를 단행하였고 그래서 떠난 출판국의 사람들에게 꽤나 깊은 개인적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내가 보기에는 그건 그저 ‘악어의 눈물’에 불과했다고 봅니다. 그 중에는 아주 상상할 수 없는 악의적 인사결정도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서는 안될 조치였지요. 그건 언론 본연의 일을 위한 것도 아니었거니와 모두 20여 년 이상 동아일보사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 기본 예우도 아니었지요. 그게 사회생활이라면 할 말은 없지요. 그러나 저 사건은 동아일보사가 이를 테면 그나마 있던 ‘정통보수’라는 관점 자체를 완전 포기하고 권력의 완벽한 시녀(侍女)로 전락했음을 알린 결정판이었지요. 그러나 여기에 너무 큰 함정 하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시작(始作)부터 지금(至今)까지 모두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이지요.

누가 이 일을 이렇게 어이없이 가자고 기획해서 김 대표이사께 건의를 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일을 추천하고 꼬드긴 측근이 분명 있으시겠지요. 그러나 최종 결정은 어찌 되었건 김 대표이사께서 하신 것입니다. 명백하지요.

나는 동아일보가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1등 신문에서 2등으로, 이제는 명확하게 중앙일보보다 못하게 된 3등 신문 아래로 전락하는 모습을 쭉 지켜봤습니다. 이제 동아일보가 4등 신문이 아니라 5등, 6등으로 가게 되느냐 마느냐 순간이 온 것이 아닌가 싶지요. 물론 ‘언론’ 본연의 공기(公器) 성격을 동아일보가 지금 다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대한 세간(世間)의 평가는 확실히 생각하시는 것 훨씬 이상으로 아주 나쁩니다. 실상을 잘 못 듣고 계실 수도 있을 겁니다. 본래 인(人)의 장막이란 아무리 작은 조직에라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그 불씨로 활활 붙어버린 불에 기름을 잔뜩 퍼붓는 격이 되는 게 바로 이 사건입니다. 동아일보사는 이 상황에서 절대 어느 곳으로도 빠져나가실 공간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진상조사보고서는 내가 다시 하나씩 사실대로 재 교정을 할 것이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박대성이 가짜라는 사실 자체에 대해 동아일보사 경영진이 처음부터 알고 동참한 흔적들까지 너무도 역력하기에 그렇습니다. 부인하십니까? 변명을 하실 근거가 있으십니까? 이제 어렵지 않나 봅니다.

언론이 정당한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을 ‘언론의 직무’를 유기(遺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 관점에서 하나씩 따져보면 동아일보사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그런 정신, 다 버렸습니다.

지난 15일 오시아이(OCI. 옛 동양제철화학) 주식의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의혹으로 김 대표이사께서는 증권거래혐의 사건의 피내사자가 되셨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의혹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의혹이 아니라 너무도 뚜렷하게 현재(顯在)한 사실로 나타나 버렸습니다. 그냥 입 닫고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누군가 그런 방식을 추천한다면 그 어리석음이 하늘을 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잊혀질 일도 아닙니다. 그런 식은 동아일보사 역사 이래 최악의 수(手)를 두는 것이라고 나는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앞서 거론한 연재 속에서 나는 동아일보사가 해야 하는 몇 가지의 조치에 관해서, 그리고 내가 할 향후 이야기와 행동의 방향에 관해서 언급을 했습니다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단순하게 어느 특정한 자 혹은 그런 자들의 조작극 동참 수준이 아니라 그 당사자가 되어 있음으로써 동아일보사는 이제 언론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중대한 분수령에 서 있다고 봅니다. 그 변곡점을 알리는 대사건이자 계기로 작동한다는 것을 재차 주지 드립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동아일보사가 잘못된 보도의 재 교정 작업을 하지 않고 다른 곳-언론 혹은 기타, 국내외를 포함- 으로부터 이 사실들이 더욱 심화 탐색되어 기정사실화 되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아마 동아일보사는 언론의 구실조차 앞으로 입도 뻥긋하기 어렵게 되는 꼴이 되기 때문이지요. 더 나쁜 것은 사실보도를 하고자 하는 조직원을 경영차원에서 훼방하고 그들을 특정한 조작사건을 위해 제거까지 했다는 사실마저 그대로 불거지게 되는 것입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런 언론의 역사가 있는지는 사례를 뒤져봐야 할 듯하지요. 아마 쉽게 찾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럼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인류에게 ‘글’이라는 언어문화가 살아 있는 한은 좋은 언론 홍보학의 최악 사례나 혹은 그런 부류의 샘플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한글이건 혹은 어떤 외국의 자료 속에서도 자주 나타나겠지요. 좋은 소설, 영화감도 될 듯합니다.

지금 내가 보기에 동아일보사는 무엇인가 대단히 착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크게 듭니다.

이것은 그냥 유야무야 될 사건이 아니고 또한 그런 사안 자체가 아닙니다. 당초 이진법과 십진법 간의 교류 즉, 교합(交合)이란 영역이 불거지면서 벌어진 이 사건의 성격상 오래도록 세계 IT 계에서도 하나의 범례(凡例)로 남을 것은 자명합니다. 그냥 과거처럼 그저 쓱싹 지우개 지우듯이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그렇게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해외에서 공부까지 하셨으니 이 트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아실 것입니다. 이미 많은 해외의 IT관련 기자들도 이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건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측근이나 혹은 참모가 어떤 조언을 김 대표이사께 드리는지는 모르나 이 사실은 매우 엄중(嚴重)한 단계로 이미 거역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발전된 상태입니다. 물러설 곳은 없는 형세지요.

어떻게 보고를 받고 혹은 어떤 방향으로 이 일을 처리하실 것인지에 관해 지금 시점에서 나는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 지난 일 년간 벌어진 일 속에서 동아일보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들을 벌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너무 결과가 빨리 노출되었다고 땅을 치고 통곡하는 측근이 있다면, 그 자야 말로 간신(奸臣)입니다. 온당(穩當)하게 가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이 있는데 그 절차나 과정을 무시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으니까요. 물론 어떤 일은 시간이 걸리고 또 어떤 일은 묻히기도 합니다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빠른 노출의 템포 속으로 가게 되어 있었고, 지금 그러하지요.

현철(賢哲)하신 빠른 결정을 바랍니다. 이것은 고언(苦言)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만일 이 상황에서 한 걸음 더 가야 한다면, 나는 우선 지금까지 작업해둔 바를 토대로 해서 동아일보 진상조사보고서라고 신동아 4월호에 발표되었던 내용을 자구 하나 하나씩 모두 뒤엎는 작업과 그 밖의 이야기 모두를 재정리토록 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솔직히 진행 중인 사안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해야겠지요.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만, 일간, 주간, 월간, 인터넷 등 모든 매체를 가지신 동아일보사의 입장에 대해 내가 그에 의견을 전달할 수단은 지극히 협소(狹小)했습니다. 그러니 무엇이 진실인지 알릴 길이 별로 없었지요. 그건 모든 대개의 국민이 겪는 바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진법(온라인)의 게시 글로 공개 편지를 띄웁니다. 챙겨서 읽어보실는지 어떨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지금 게재하고 있는 연재 글 정도는 동아일보사 경영진이 잘 보고 있으리라 여기기에 이리 합니다. 그 정도도 되지 않는 정보력을 가진 곳으로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많은 이야기가 있긴 하나 일단 서두부터 간략히 이야기를 드리고자 했으니 이만 그칩니다. 지금까지 혹여 하부 조직으로부터의 보고 받으신 사건 내용 가운데서 누실(漏失)된 것이 있다면 이제라도 하나씩 다시 잘 챙겨서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항시 일이란 작은 것을 빠트리면서 큰 사건으로 발전하는 예가 종종 있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김 대표이사께서 최고 책임자의 자리에 계시기에 당연히 귀책(歸責)된 어느 한 가지의 과실로부터도 자유스럽지 못하시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요.

겨울이 깊어지는 중입니다. 항상 건강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2009년 12월 29일

다음 아고라 경제방에서 글쓰기를 하는
‘담담당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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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원래 포털 다음의 토론공간인 "아고라 경제방"에 게시됐던 글입니다. 다음측에서 일방적으로 글을 차단조치하였기에 부득이하게 이곳에 복구해 두었습니다. 원래 게시됐던 글에 달렸던 댓글은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